[23 Mar 2011] 학부형과 선생님의 관계

2011. 3. 23. 11:13Thought

종종 뵙는 이웃블로거님의 나만의 방법 고집하기라는 포스팅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업무인 회계처리업무 이야기로 시작해서 학부모로서의 선생님과의 관계 이야기로 이어지는 글의 전개가 참 좋다. 내용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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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녀석의 학교환경을 보면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소위 좀 배웠다는 학부모가 문제다. '내가 교육학박사인데, 학교 선생이 뭘 안다고 건방이야?' 뭐 대충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학부모들이 있는 것 같다.

(중략)

여기서도 문제는 학부모입장에서 자신과 다른 교육방법을 선택한 선생님에 대한 무시랄까?

(중략)

학교에서 어떤 기준을 세우는건 선생님이 1차적 권한이다. 전체 부모의 의견과 다를지라도 교사의 기준은 일단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중략)

아무리 공부를 많이하고 전문가라 하더라도 현장에서 실무적으로 전체를 담당하는 실무자보다 떨어지는 부분은 있다. 아무리 회계에 관한 전문가라도, 교육학의 최고 권위자라도 회사현장에서, 학교현장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다만 전문가는 특정한 논란에 대해 자신의 지식이나 노하우를 활용해서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고, 이 또한 "현장에서 실현가능할 때만" "실무자에 의해"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의견이 있더라도 나와 다른 방침으로 이끌고있는 현장의 움직임을 따뜻한 관심으로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지...

(중략)

학교가 나 어릴 때처럼 좀 더 힘(촌지받는 힘말고 ^^)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힘을 자신의 보신이 아닌, 아이들을 위해 (부모의 방향과 다르더라도) 쏟아 붓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학교에서 혼나고 온 아이가 부당하게 생각할 때, 오히려 혼난 이유가 뭔지를 설명해주는게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선생님이 심했다고 생각할 때는 상처받았을 아이에게 나름의 치유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 부당함이 반복적이지만 않다면 학교에서 해결할 일은 아닌것 같다. 만약 반복된다면? 그건 그 때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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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글이다. 기본적으로 학부모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 아이가 정말 운 없이 자격 미달의 선생님을 만났을 때의 부모의 대처법도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어머니께 참 감사한 일이 있어서..



초등학교 2학년이 되기 직전의 겨울부터, 둘째 큰아버지께서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우리 집에 계셨다. 어머니께서는 집안살림에 아주버님 병간호에 너무 바쁘셔서 내 담임선생에게 인사(?)하지 못하셨고..

그때부터 내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얼라가 공부는 쫌 하는데 부모가 얼굴도 안보이네?" 이게당시 그 선생의 생각이었던 것 같고, 온갖 구실로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교하기직전 알림장을 쓰는 시간에 언제나 난 교실 앞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서고 있었다.;;;

매일같이 벌을 서는 아이이니, 같은 반 아이들도 날 문제아(?)로 여기기 시작하는 듯 했다. 결국 내 결백을 알아주는 친구는 당시 내 짝궁과 앞뒤자리에 앉은 몇몇 친구들 뿐.. 그 친구들은 내 알림장을 대신 써주기도 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1학기가 끝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날, 일이 터졌다. 받아쓰기채점결과를 받았는데 정답을 오답처리한 것이 하나 있었던 것. 내가 선생에게 정답을 적었는데 채점이 잘못된것 같다고 얘기한 순간, 그 선생의 대답은.. "니가 채점결과 받은 후에 고쳤지?"

그 눈빛과 말투,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수많은 채점을 하다 보니 선생이 실수한 것이라고 지금도 굳게 믿는다. 그러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그 선생의 대처방법은 정말.. 나아가 집에 돌아오니 선생이 어머니께 전화를 했더라. 애가 자꾸 거짓말한다고.. 급기야 채점결과 받은 후에 오답을 정답으로 고치고선 아니라고 거짓말까지 한다고..

어머니와 난 장시간 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그 동안의 모든 일을 이야기 했고,어머니께서는 날 꼬옥 안아주셨다. 그리고 얼마 후 어머니께서 그 선생을 만나고 오셨다. 약간의 인사와 함께.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되었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등수 순으로 남학생 4명과 여학생 4명이 2학기 반장/부반장선거에 나가게 되었는데, 선생의 박해와 나의 성적은 별개의 문제였기에 나도 후보자가 되었다. 이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놀라운 건, 선거 직전에 선생이 내 칭찬을 했다는 거다, 애들 앞에서.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선생은 내게 온갖 교사용 딱지가 붙은 표준전과, 동아전과 등을 2학기 내내 주기 시작했다. 교사용 딱지가 붙은 표준전과와 동아전과는 일반 시중에서 구할 수 없었는데, 일반 서점에서 파는 표준전과와 동아전과 뒤쪽에 "교사용"이라고 해서 추가적인 내용이 붙어 있는 것이었다. 난 그 선생이 준 책들을 보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나와 한 학년 차이던 내 동생만 그 다음해에 잔뜩 고생했다. 어머니께서 그 많은 참고서들을 다 보게 하셔서.. ^^;



아무튼 그 선생은 내 초중고대학 통틀어서 최악의 선생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선생의 말이 아닌 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믿어주시고 꼬옥 안아주셨던 어머니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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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재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제는 재완이가 열이 많이 나서 유치원에서 연락이 와, 조퇴 비슷한 것을 했다. 그리고 어제는 집에서 쉬었다. 어제 오후 유치원에서 담임선생님이 재완이 걱정을 하며 집으로 전화를 하셨다는데, 재완이는 샤워중이라 선생님과 전화통화를 못했다고. 아내가 재완이에게 선생님이 전화하셨다고 전하니, 재완이는 엉뚱하게 "유치원 선생님은 재완이 집에 언제와요?"라는 질문을 무한반복했다고. ㅡ.ㅡ;;;



아무튼 재완이가 유치원 선생님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빠처럼 나쁜(?) 선생님 만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좋은 선생님 만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