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May 2001]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004. 6. 1. 13:38Art

그제(5월 10일) 밤, 유성에서 운행대기중, 차에서 'FM실황음악회'를 들었다. 그날의 프로그램은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드뷔시 전주곡 1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3악장.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는 바로 베토벤이다. 그에게선 알수 없는 외로움과 그리움, 고독, 분노, 고통, 저항, 극복, 환희, 이것들로 인한 저항할 수 없는 힘과 권위가 느껴진다. 나 또한 그러한 사람이 되고싶어서일까.

그의 수많은 별빛같은 작품중에 가장 빛나는 작품중 하나가 바로 이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가 아닐까 싶다.

이 곡에 '황제'라는 부제가 붙게 된 것은, 이 곡을 초연할 때 공연장 입구에 있는 한 병사가 이 곡을 듣다가 별안간 '황제다! 황제가 오셨다!'하고 외친 것이 계기라 한다.

1악장 시작과 동시에, 오케스트라 서주에 이어 피아노가 조용히 알듯모를 듯 등장하는 다른 대부분의 피아노 협주곡과는 달리, 오케스트라를 젖히고 탄력있게 튀어오르는 공 같이 공간으로 튀어오르는 피아노 소리만 들어도 '아, 이곡은 뭔가 범상치 않은 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악장에서의 그 아름답고도 가슴아린 피아노 멜로디는 정말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연이은 3악장에서의 강한 모습은 그야말로 온갖 역경을 이겨낸 진정한 황제의 모습 그 자체다.

젊음, 패기, 역경, 고통, 사랑, 좌절, 극복, 기쁨, 환희, 승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이 한 곡에 담겨 있다...

-저의 음반-

Wilhelm Backhaus, Hans Schimdt-Isserstedt, Wiener Philharmoniker (DECCA)

제가 추천하는 최고의 명반. 데카에서 발매된 것으로 한장에 4,5번이 같이 있습니다. 1,2,3번이 같이 있는 것도 데카에서 2CD로 발매되어 있는데, 현재 데카 홈페이지 카달로그에는 그것만 올라와 있고 제가 추천하는 이 음반은 올라와 있지 않네요.

제가 이 곡을 처음 접한 것이 이 음반을 통해서인데, 사실 이 음반을 사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96년경 용산의 신나라레코드점에서 2~3장의 CD를 사고 남은 돈이 9000원 정도 여서, 어디 이 돈으로 살만한 싸구려 음반이 없나 하고 살펴보다가(당시 보통 음반 한장 가격은 13000원 정도) 8000원짜리 이 음반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겉 표지에는 베토벤의 유명하지 않은 초상화가 표지의 1/3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데카 특유의 보라빛 푸른색 음반이었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집에서 들었는데, 아, 그 감동은 정말 이루말할 수 없었답니다.

1950년대 음반이기 때문에 음질이 좋지는 않지만(하지만 50년대 녹음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상태가 좋답니다.), 전혀 그런 것은 감동받는 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때 전 이 음반 하나만으로 당시 제 마음을 가득히 매우고 있던 쇼팽을 밀어내고 베토벤의 열렬한 애호가가 되었답니다. 연주 자체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녹음이 잘 된 음반을 훨씬 더 선호하는 저인데도, 그 후 여러 음반을 들어봐도 이 음반만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Maurizio Pollini, Wiener Philharmoniker, Karl Böhm

97년 초, 제가 한창 '쇼팽' '에튀트'의 '폴리니'연주에 빠져 있을 때 산 음반입니다. 에튀트에서의 폴리니의 매력적인 연주를 듣고 한창 그에게 빠져 있다가, 제가 제일 사랑하는 곡 중의 하나인 이 곡의 그의 연주를 음반점에서 우연히 보고 덜렁 사버렸답니다. 하지만 '에튀트'에서의 그의 연주만큼 감동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에튀트에서의 그의 연주가 정말 완벽에 가깝기도 했고, 또한 박하우스의 연주에 너무나도 빠져버린 탓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음반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을 보면 이 음반도 괜찮은 음반이겠죠. 더구나 80년대 디지털 녹음이어서 참 깨끗하답니다.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Wiener Symphoniker, Carlo Maria Giulini

제가 세번째로 접한 음반입니다. 이 음반도 추천음반입니다. 실황음반이죠. 잘 알려져있다시피 미켈란젤리는 정확한 터치와 맑고 영롱한 연주로 유명합니다. 이 연주에서도 그의 이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답니다.

그나저나 이 음반은 제가 잃어버려서 지금은 듣지 못한답니다. 참 아쉬운 일이지요..

Beethoven's "Emperor" Concerto,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RAI Orchestra Rom, Massimo Freccia

이 음반 역시 미켈란젤리의 연주인데, 위의 음반보다 먼저 녹음된 음반입니다(1960년대). 역시 실황음반. 이 음반은 정말 꼭 들어봐야 하는 음반입니다, 왜냐하면 '하늘이 도와준 연주'이기 때문이죠. 3악장 피날레를 피아노가 장식하기 직전에 조용해 지면서 팀파니가 '둥둥, 둥둥'거리면서 마지막 긴장감을 조성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때 마침 하늘에서 우뢰와 같은 천둥소리가 울린답니다. 정말 극적인 개선나팔 같은 천둥소리를 앞세워 개선장군 같은 당당한 피아노 피날레로 접어들지요.

아쉬운 것은, 이 음반은 'Vatican Recodings'라고 해서 'Melodia'음반사에서 vatican에서의 미켈란젤리의 실황연주를 4장의 CD로 묶어팔기 때문에 이것만 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