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May 2001] 창밖의 비소리를 들으며.. 쇼팽 빗방울 전주곡.

2004. 6. 1. 13:15Art

어젯밤, 정확히는 초저녁부터 계속해서 부슬부슬 비가 온다.

'빗방울 전주곡'. '쇼팽'의 '전주곡' 중의 하나. '조르즈 상드'와 쇼팽이 지중해의 한 섬 마조르카로 사랑의 도피를 했을 때 작곡한 곡. 어두컴컴한 허름한 오막살이에서 물건을 사러 밖에 나가 비때문에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상드를 기다리며 폐병으로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쇼팽이 작곡.

늦게 돌아온 상드를 향해 눈물을 글썽이며 '당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어. 당신을 기다리며 당신에게 들려주려고 작곡했어.' 이 얼마나 나약한 모습인가. 난 개인적으로 쇼팽을 무척 좋아하지만 이러한 면은 싫다. 하지만 이러한 쇼팽의 나약한 감성이 내가 좋아하는 쇼팽의 서정미를 이끌어낸 것일테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어쨌든 난 그래서 '빗방울 전주곡'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조르즈 상드와 상드가 그린 쇼팽.

난 소나기 같은 비가 좋다, 세상 모든 것을 씻어내릴 듯한 그러한 비. 쏴아아 소리를 내며 힘차게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딱딱한 땅에 있는 힘껏 부딪혀 산산히 부서지는 빗방울이 좋다. 아무런 힘 없이, 연약하기 짝이 없이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빗방울은 싫다. 난 그런 강한 빗방울이 되고 싶다, 내 모든 것을 산산히 다 부실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가며 부딪치는 그런 빗방울이.

나의 지적 무게는 얼마인가. 나의 terminal velocity(종단속도)는 과연 얼마인가.

ps. W=vb ⇒ v=W/b.

-저의 음반-

DECCA에서 발매된 Vladimir Ashkenazy의 음반. (이상하게 DECCA 사이트의 catalogue에 없네요.)

유명한 즉흥 환상곡부터 환상곡, 전주곡 등이 들어있습니다.
괜찮은 음반이죠. 아슈케나지 특유의 감성어린 풍부한 연주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