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Apr 2001] My favorate piano sonata,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특히 8, 14, 23번.. ^^)

2004. 5. 31. 20:30Art

요즘은 관사의 플룻소녀(사실 소녀인지는 나도 모름. 어쩌면 아줌마 일런지도. ^^)가 플룻은 안불고 피아노만 친다. 내겐 피아노 하면 생각 나는 것은 바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정말 피아노 소나타 중에 최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 중에서도 다음 세 곡은 가히 최고중의 최고라 할 수 있지.. (다들 뻔히 아는 얘긴가? ^^)

8번 : 비창 (pathetique)
14번 : 월광 (Moonlight)
23번 : 열정 (appationate)

이 중에 내가 피아노로 칠 수 있는 것은 비창 1악장 앞 절반 정도, 2악장 다, 3악장 앞 절반정도, 14번 월광 1,2악장 뿐이다. 대학 3학년 시절, 이 곡들을 꼭 치면서 직접 느껴보려 했지만, 비창 2악장을 제외하고는 느끼기는 커녕 악보 보고 건반 찾기 바쁘기만 했다. ^^

그나마 제일 쉬운 것이 비창 2악장인데(아마 팝송의 멜로디로도 사용됐던 것 같다.), 정말 무지하게 좋은 곡이다. 그만큼 유명하기도 하니,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면 '아, 이거구나'할 거다. 눈을 감고 이 곡을 치면 정말 곡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다. 1악장의 그 비장함에 이어 2악장에서의 가슴아픔... 그런데 3악장에서 좀 깬다. 1,2악장에서 애써 잡아놓은 분위기를 다 깨는 듯 하다. 그래서 난 3악장은 안듣고 1,2악장만 듣는다. ^^

14번 월광 역시 무지무지 유명한 곡이다. 은은한 달빛 아래 천천히, 묵묵히 뭔가 깊이 생각하며 소요하는 장면이 눈 앞에 스치운다. 특히 1악장 마지막의 끝나는 부분, 한없이 고요의 심연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난 너무나도 좋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듣다가 1악장이 끝나면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매우 짧은(악보가 1페이지 밖에 안된다.) 2악장은 1악장과는 약간 분위기가 다르지만 끊이지 않고 연결되는 음(아.. 이것을 어떻게 표현한단 말인가... 악보를 봐야만 설명이 가능할텐데.. 앞 음의 건반에서 손가락을 미처 떼기 전에 뒤 음의 건반을 누른다는 건데.. 이음줄로 잔뜩 이어져서... 역시 글로 설명하긴 무리구나.)이 마치 잔잔한 밤 호수 위를 끊임없이 조용히 흐르는 달빛을 연상케 한다.

아.. 피아노가 치고 싶은 밤이다..
-저의 음반-
Wilhelm Kempff, no.8, no.14, no.15, no.24

- 내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처음 접한 음반. 참 깨끗한 연주다. 뭐라고 할까, 너무나도 깨끗해서 티끌하나 묻어있지 않은 그런 맑은 아침 이슬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좋은 연주다. 너무 깨끗한 게 흠이라면 흠..

Alfred Brendel
No.8(Pathetique), No.14(Moonlight), No.15(Pastoral), No.17(Tempest), No.21(Waldstein), No.23(Appassionata), No.26(Les Adieux)

켐프의 음반 이후 접한 두번째 음반. 사실 난 브렌델이 유명한 것은 잘 몰랐고, 그냥 philips의 duo시리즈(2장을 한장 가격으로 파는 것)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많이 실려있길래 그냥 싼 맛에 샀다. ^^; 브렌델이 베토벤 연주자로 참 유명한데, 난 글쎄 별로다. 잡음은 없지만 약간 멍멍한 듯한 녹음상태 때문인지, 난 이 브렌델의 연주를 들으면 좀 답답하고 너무 깊이 생각을 한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다. 너무나도 깨끗한 켐프의 연주와 대비되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난 이 음반을 들은 후로 브렌델 하면 'nerd'(클릭해보기. 2번의 의미)가 생각난다. ^^ 그래서 이 후론 브렌델의 음반은 안산다.

Emil Gilels, 9CD
op. 2 Nos. 2 & 3 · op. 7 · op. 10 · op. 13 op. 14 No. 2 · op. 22 · op. 26 · op. 27 op. 28 · op. 31 · op. 49 · op. 53 · op. 57 op. 79 · op. 81a · op. 90 · op. 101 · op. 106 op. 109 · op. 110 · WoO 47 Nos. 1 & 2 15 Variationen mit Fuge op. 35 ≫Eroica-Variationen

내가 최초로 산 전집. (물론 2곡이 빠지긴 했지만.) 길레스의 이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집(다른 것도 좀 들어있지만)은 정말 강력추천음반이다. 정말 좋은, 끝내주는 연주. 켐프의 아침 이슬같은 깨끗함과, 브렌델의 깊은 사고, 그에 더불어 길레스만의 서정적이고도 순수한 감성을 모두 갖춘 훌륭한 연주! 꼭 한번 들어보길..



Glenn Gould
No.8(pathetique), No.14(moonlight), No.23(appationate)

우아, 이런 음반이 있다니! EMI(일본 도시바EMI)에서 나온 내가 산 마지막 음반. (아쉽게도 catalogue에 안들어있어서 재킷사진을 못올립니다.) 원래 이 음반은 60년댄가 70년대에 LP로 나온 음반인데, 96년도쯤에 그 LP음반을 CD로 복각한 것이다. 그런데 특징은, 일반 플라스틱 CD케이스가 아니라 LP처럼 종이 케이스라는 것, 그것도 60년대 발행됐던 그 LP케이스를 그대로 축소시켜서 만든 것이라는 것, CD가 LP처럼 비닐포장으로 그 종이케이스 안에 들어있다는 것. ^^ 거기다가 유명한 세 곡이 한 음반에 들어가 있다니 정말 얼마나 소중한 음반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 음반이 발행될 때 한정수량으로 발행되서 지금은 나오지도 않는다는 것... 나도 이 음반 살 때 정말 힘들게 구했다. 아무리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97년 2월, 서울대입구 전철역 사거리의 '시온~(어쩌구)'음악사에서 과 친구 '석'이 생일선물로 사줄 CD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었다. 그때의 그 기쁨이란 정말 이루말 할 수 없었다.

데뷔와 은퇴(?)의 두번에 걸친 바하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의 레코딩으로 유명한 글렌굴드의 이 연주는, 정말 끝내준다. 앞의 길레스의 음반과는 다른 그런 느낌. 베토벤 소나타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권하고 싶지 않지만, 들어 본 사람이라면 정말 강력 추천한다. 14번 월광을 처음 들을 때 '1악장을 저렇게 빨리 치면 나중에 3악장은 어떻게 감당하려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감당해 내더라.. 놀라움 뿐.. 빠르기도 빠르기지만, 그 표현력, 감수성,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글렌 굴드 특유의 낮은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연주를 들으면, 나 또한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면서 그와 같이 콧소리로 중얼거리며 마치 내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는 것 같이 착각하며 음악의 심연에 빠져들게 된다.. 한정발매판이라 구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눈에 띄면 꼭 사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