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May 2001] 내 인생 최초의 당첨.

2004. 6. 2. 12:46Art

오늘 오후, 저녁을 먹으러 중대에 내려갔는데, 후임병들이 중대본부에 내앞으로 온 소포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소포를 마지막으로 받아본 게 물일병이었을 때니까 딱 1년 전이다. 너무 오랜만이라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저녁을 먹고 내무실에서 선풍기바람을 쐬고 있는데, 성급한 후임병 한놈이 내 소포를 가지고 올라왔다. 표지에 씌여있는 송신자는 KBS 1FM, 당신의 밤과 음악이었다. 정말 놀랐다.

주중 밤 10시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동안 가장 인기가 많았던 클래식곡, 크로스 오버 뮤직을 두장의 CD로 만들어 추첨으로 신청자에게 보내준다고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으로 간략히 적어 신청했는데 내가 당첨된 것이었다.

국민학교 이후로 보물섬, 소년중앙을 비롯하여 수많은 곳에 신청해서 무엇인가에 당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학교 졸업 이후로는 지쳐서 응모같은 것을 하지도 않았다. 당첨되고 보니, 정말 기쁘더군. ^^ 클래식 음반이라 신청한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랬을런지도 모르겠다.

음반에 있는 곡들도 참 부드럽고 좋은 곡들.

어렴풋이 붉게, 아니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붉은 노을과 검은 땅거미가 어울려 있을 무렵, 창 밖 먼 산을 바라보며 따스한 녹차 한잔을 손에 들고 살며시 그 향을 훔치며 감상(感傷)에 젖어들기에 좋은, 그러한 곡들이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