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May 2001] 음악과 미술, 'Starry night' of 'Gogh'

2004. 6. 2. 13:02Art

난 음악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랑하는 만큼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그 관심만큼의 많이는 아니지만 음악의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미술에 대해서는 정말 조금도 알지 못했고, 아름다움이라던지 기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내가 가본 미술전시회는 중고등학교시절 미술숙제로 어쩔 수 없이 간 전시회가 전부. 워커힐호텔에서의 칸딘스키 등을 비롯한 현대미술전, 호암미술관에서의 Chagal, 중국의 명청시대 산수화, 에릭 피슬 등을 비롯한 포스트모던 미술계의 젊은 4인방 등의 전시회가 내가 가봤던 전시회다. 이 전시회들에서 난 정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아, 전시회는 아니지만 가본 미술관이 두군데 더 있구나. 99년 초, 파리의 '루브르(Louvre)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에서 내가 알아 본 것은 모나리자, 나폴레옹, 함무라비법전, 람세스상, 비너스상 등이 전부였고, 오르세 미술관에서도 '밀레'의 이삭줍기, '드가', '고흐', '쇠라', '고갱', '세잔느' 등의 몇점의 그림등 밖에 알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부끄럽긴 하지만, 유명한 작품을 알아봤다는, 사진이 아닌 진품을 보았다는 것 외에는 그리 다른 감흥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유홍준'씨가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말했듯이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던 '사건'이었다.




좌측부터 좌측부터 모나리자, 세느강변의 오르세이 미술관 외부 및 오르세이 미술관 1층 내부모습.




바로 아래 글에서 말한 '당신의 밤과 음악'이라는 CD를 봤을 때, 제일 처음 가진 생각은 '이 표지그림은 누가 그린거지?'하는 것이었다. 속지의 설명을 보니 '고흐(Vincent Van Gogh)'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1888)'이라고 되어 있었다.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그림이라는 설명을 읽고는 그곳에서 느끼던 그 부끄러움을 찰나에 걸쳐 느꼈을 뿐, 그냥 그러나 보다 하고 넘어갔다.


당신의 밤과 음악. 이 음반에 실려있는 곡들은, 밑에 글에도 썼듯이, 어렴풋이 붉게, 아니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붉은 노을과 검은 땅거미가 어울려 있을 무렵, 창 밖 먼 산을 바라보며 따스한 녹차 한잔을 손에 들고 살며시 그 향을 훔치며 감상(感傷)에 젖어들기에 좋은, 그러한 정말 좋은 곡들이다.

한창 그 음반을 듣다가 무심코 그 그림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때, 그 순간, '아, 이것이구나!'하고 느끼게 되었다. 미술이 주는 기쁨, 그림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인간의 행복을 느꼈던 것이다. 음악을 듣다가, 그 음악의 심연에 빠져들어 내 마음도 그 음악과 같아졌을 때, 그 음악과 같은 분위기의 그림을 보다가 드디어 느껴버린 것이다.

난 아직 미술에 대한 안목이 없다. 그래선지 미술작품만 놓고선 행복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나도 그림을 느끼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비록 미술작품만으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내 마음이 그 작품을 느낄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나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오늘, 또다른 행복 하나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