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May 2001] 우리나라 산림에 관한 단상.

2004. 6. 1. 13:24Thought

어제 오후, 처장님과 부속실 여군하사와 같이 셋이서 부대 뒤편의 계룡산 등산을 했다. 원래 군부대에서는 수요일 오후에는 일을 하지 않고 '전투체육'이라 해서 운동을 하는데, 그 시간에 처장님과 같이 등산을 한 것. 계룡산 등산은 이번이 세번째다.

위 사진은 계룡산의 일부. 제일 높은 봉우리인 계룡산 천황봉은 군사지역이라서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다. 지금까지 '난 계룡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봤어'하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인 셈. 난 올라가봤다. ^^ 천황봉을 올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넘어갔다면, 레펠 하듯이 밧줄잡고 내려가거나 올라가야 하는 구간도 있다.

어제는 상당히 부담없는 코스였다.

...한참 소요하듯 걷다가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을 보고 든 생각.

1. 수령이 30년을 넘긴 나무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구나.
2. 일제시대, 625를 거치면서 산림이 많이 황페화됐었군.
3. 나무 솎아주기를 거의 하지 않았구나.
4. 경쟁력(?) 있는 나무는 한그루도 없군.

어느 한 외국기자가 한 말. '한강의 기적보다 더 기적같은 일은 한국의 녹화다.'

정말 일제시대, 625직후의 우리나라 산의 사진을 보면 정말 다 벌거숭이다. (나쁜 일본X들.) 그리고 지금 어느 산을 가던지 대부분의 산의 나무들의 수령은 대략 30여년 정도. 그것도 소나무, 아카시아 나무 일색. 그것들도 너무 빼곡히 자라 밑부분은 다 죽어있다.

빼곡한 나무들을 보면, 60년대 후반, 70년대 초에 조직적으로 많은 묘목을 심은 흔적이 보인다. 소나무가 많은 것은 겨울에 붉은 속살(흙)이 드러나는 것을 조금이라도 감추기 위함이요, 아카시아 나무가 많은 것은 싸고 번식력 강한 나무이기때문일 것. 돈이 없어 묘목을 심었으니 촘촘히 심을 수 밖에 없고, 일을 한 후 잘 돌아보지 않는 우리네 습성때문에 솎아주지를 않아 이제 햇빛을 보지 못하는 밑부분은 다 죽은 것일테지.

어렸을 때(약 13살 정도) 관악산 줄기인 뒷동산(?)에 오르면, 산 중턱에서도 산 밑이 보였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무들이 다 어려서 그랬던 것. 어쨌든 그 어린 나무들 위로 산기슭의 어린 나무들이 만들어낸 푸른 잎의 향연을 보며, 난 그 위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그때의 그 모습은, 정말 방금 인화한 사진처럼 내 눈앞에 푸르디 푸르게 선명하다. 제작년, 갑자기 그 어릴 적 충동이 되살아나 난 충동적으로 뒷동산에 올랐다. 근 10여년만. 어릴 적 산위에서 산기슭을 바라보았던 그 자리에 섰으나, 난 너무 놀라고 말았다. 산기슭은 커녕 오솔길 바로 옆 몇미터도 바라볼 수 없었다. 빼곡히 자란 나무들 때문. 안타까웠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엔 옛날에도 소나무, 아카시아 나무 일색은 아니었을텐데, 그때는 어떤 나무들이 우리 산하를 채우고 있었을까.

ps. 내가 봐도 글이 점점 더 재미없어져 가는 것 같다, 생각도 담겨있지 않고. 허참. 누구 재미있으라고 쓰는 글은 아니지만, 생각은 담겨있어야 할텐데. 1년 반만에 무지하게 단순해져 버린 것일까. 이곳을 죽은 글들로 채우고 싶지는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