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May 2001] 싸이의 노력.

2004. 6. 1. 13:20Thought

요즘 한 창 뜨는 '박재상'이라는 이름의 '싸이'라는 가수가 있다. 정말 그친구를 보면 엽기라는 것이 절로 생각난다. 그의 첫 TV 데뷔무대를 우연히 봤었는데, 언제쯤 제대로 된 멜로디가 나올까 하는 생각으로 게속 지켜보다가 그냥 노래가 끝나서 다소 당황했던 기억. 약간 어설퍼 보이는 춤동작, 그리고 저런 몸매와 얼굴로도 (TV로 방송되는) 가수가 될 수 있구나 하며 다소 안도했던 기억. ^^ (하지만 요즘 그의 노래를 들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익숙함'이 음악감상의 필수불가결이다.)

어제도 '드림팀'이 나오는 방송(프로그램 제목은 기억 안난다.)을 오랜만에 봤는데, 그 싸이가 나왔다. 그 친구, 내 예상대로 첫번째 관문에서 제일 먼저 탈락했다. 그 전에도 본 몇몇 프로그램에서 그의 스포츠적 움직임에 있어서의 활약은 정말 내 예상대로 언제나 '초반 탈락'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친구를 보면 정말 한 때 내가 최고의 가치 중 하나로 여기던 '노력', '성실' 등을 떠올리게 한다. 이 친구의 춤은, 춤에 있어서 아마추어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가 보기에도 좀 어설프다. 다른 몇몇 가수들의 멋진 춤실력과 비교할 수가 없다. 하지만 몇몇 프로그램에서 드러난 그의 운동신경을 생각해 본다면, 정말 기적같은 춤솜씨다, 감탄 그 자체다. 저 정도의 춤을 추기 위해 그가 소비한 수많은 땀에 젖은 수건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내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한 때 내가 최고의 가치중 하나로 여기던 '노력', '성실'. 허나 그것들은 요즈음의 나를 보며 웃고 있을 것이다.

요즈음의 나 - 한 3년 뒤로 훌쩍 시간이동을 했으면.

정말 웃기는 상상이다, 아무런 노력없이 한순간에 세상에서의 자신의 위치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화되길 바라기만 하다니. 감나무 밑에서 감떨이지기를 기다리는 꼴. 한 때 내가 가장 멸시여기던 인간의 생활자세가 아닌가.

어느덧 빈둥빈둥 놀면서 시간을 허비한 지 한달이 되었다. 이제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내 주위사람에게도, 특히 나 자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