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May 2001] 내가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

2004. 5. 31. 20:36Thought

나의 군생활은 정말 군발이들이 많이 쓰는 표현대로 '폈다'.

지금 이 시간에 속옷만 입고서 가정집(정확히는 관사)에서 LAN깔린 컴퓨터로 자기 홈페이지 관리나 하고 글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군바리가 정말 몇이나 되겠는가. 아마 '계룡 스파텔(대전 유성에 있는 군 호텔)'의 'PC방 관리병(정말 입대 전엔 상상도 못할 보직이 참 많다.)' 외에는 몇 없을 것이다.

내 동생 기석이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중이고 7월 초 끝날 예정이다. 생활에 있어서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내가 기석이보다 훨씬 편하게 지낸다, 개인 시간도 많고. 책도.. 많이 봤다, 결과적으로 그리 큰 효과를 보진 못했지만. 한달에 2일 정도는 꼬박꼬박 집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낮엔 개인 시간이 주어지진 않아 친구들을 만나지는 못하지만(가끔 주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 아직 한번도 면회오지 않았다, 올 필요가 없었으니까. 멀리 산골짜기까지 아들을 보기 위해 면회가시는 부모님, 가족들을 보면 정말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내 부모님께는 그런 불효를 하지는 않게 되었으니.

하지만, 참 중요한 것이 있다. 사회와 '단절'되어 있다는 것.

아무리 내가 편하게 지내고 있다 하더라도 난 '공익근무요원을 할래?' 하고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말 할 것이다. 음..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 이 말은, 그만큼 난 편한 군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회와 '유리'된 생활은 정말 힘들다. 과 친구들을 만나본 것도 벌써 어언 2년여가 다 되어간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내가 사회로부터 유리되어 있어도 사회는 잘 굴러간다. 당연하지만, 정말 배아프다.

홈페이지를 만든 것은 다분히 충동적이었으나, 사회와의 가능한 연결수단을 만들고싶은 본능적인 내부적 욕구의 표출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기 위해,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다행이도 나의 친구들은 군대간 나를 잊지 않고 내 홈페이지에 들려 글을 남겨주어 나의 이러한 무의식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정말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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