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ay 2001] 사람다루기

2004. 5. 31. 20:32Thought

현실과 이상은 참으로 상이하다.

가장 쉽게 사람을 다루는 법(?)은 무엇일까.

막 군입대를 해서 육군 훈련소에 있을 때, 난 조교들의 그 수많은 욕이 정말 싫었다. 모든 훈련병들이 대부분 어느정도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저렇게 욕을 섞어 지시를 하고 명령을 해야만 하나.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조교들이 특히나 욕을 섞어서 지시하고 명령하는 사항은, 정말로 중요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거나 집단생활에 있어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그러한 것들이라는 것.

훈련소를 퇴소하고 2수교(운전병 양성 교육기관)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던 시절, 나보다 나이가 4살이나 많은 태준이 형을 만나게 됐다, 그 형 역시 나와 같은날 입대했던 형. 같이 38기 우수반에 배정되었는데, 그 형이 우리반의 학장(쉽게 말해 반장)이 되었다. 그 형과 얘기를 같이 했었던 것인데.. 그 형이나 나나 '욕'이라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그렇다면 훈련소의 조교들과 다른 방법으로 정말 중요한 사항을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반복이라는 방법을 생각했다. 같은 교육생의 입장에서 욕을 제외한 가장 효율적이고도 인간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며칠 지나지 않아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자대배치를 받고 나서도 나는 욕을 하는 고참들을 경멸했다, 물론 내 마음속에서만 이었지만. 하지만 현실인 이곳에서도 아래 사람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재하고 다루는 방법은 바로 욕과 힘의 과시를 통한 것이었다.

난 그러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후임병들에게는 절대로 그러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내 후임병들이 나를 따르는가? 결과는 반, 반이었다. 나머지 반에게는 힘의 과시를 통한 규제가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사회는 어떠할까. 사회에서는 어떤 방법이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과제 전달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이곳은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단지 한 순간 지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