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Feb 2006] 사랑
2006. 2. 13. 09:07ㆍThought
대공원에 간 상록 보육원 아이들.. 작년 초여름, 선미가 찍은 사진.
지난 2월 11일 토요일, 변리사 40기 동기회의 소모임인 나눔자리 모임에 처음으로 함께했다. 미리 용우형에게 연락하여 사당역에서 만나 보육원에 도착하니 2시 10분여.. 은지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용우형을 보자마다 달려와 품에 안기는 아이들.
상록 보육원은 부모님이 있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함께하지 못하고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 어린 아이들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연령 분포는 다양한 것 같았다.
나눔자리가 상록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한지는 2년여가 되어간다. 매달 두번째 토요일마다 상록보육원을 방문한다. 처음에 함께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과연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었고, 함께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가졌던 것은 작년 봄.. 그러나 작년 가을에 결혼 예정이었던 나로서는, 혹여 결혼식을 앞두고 여러 모임에 참여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결혼 이후로 함께하는 것을 잠정적으로 유보했다가, 이제서야 함께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내게 한 첫마디는.. "앗, 처음보는 사람이다!" ㅡㅡ;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배 위로 올라타고 등 뒤에 매달리고 안아달라고 하고 목마태워달라고 하고.. 병원놀이 한다고 누워있으라고 하고.. 그러다가 드디어 호칭도 "아저씨"에서 "오빠"로 바뀌고.. ^^v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을까 생각해 봤는데, 바로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하는 스킨쉽이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을 돌봐주는 선생님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모든 아이들에게 가족(!)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 있도록 스킨쉽을 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일테니까.
저 위의 사진의 제일 아래줄 가운데 사진은 정희의 사진. 정희가 나를 눕혀놓고 병원놀이를 하다가 병원놀이 가방을 다른 친구에게 뺐겼다. 갑자기 일어나 방 구석으로 걸어가 벽에 기대어 앉더니 소리도 없이 눈물이 눈가에 그렁그렁. 당황해서 다가가 눈물 닦아주면서 달래줬더니 딱 한마디.. "안아줘."
꼬옥 안아줬더니 밖에 나가자더라. 복도로 나가서 한동안 서성이며 안아줬더니, 복도 끝에 있는 의자에 앉으라고 명령.. ㅡㅡ; 그러더니 복도 반대편으로부터 달려오더니 품에 쏘옥 안기더라. 그러기를 몇차례.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어머니께서 90년대 중반, 상록보육원과 비슷한 어린이집에서 봉사활동을 몇년간 하셨다. 그때 하시던 말씀이.. 어머니와 동료분들이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막 달려나와서 서로 먼저 안기려 한다고. 그리고 안아주면 그토록 좋아한다고. 그것만으로도 그토록 좋아한다고.
아이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느니 우리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느니.. 그런 소리에는 관심 없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무슨..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사랑과 따뜻한 스킨쉽뿐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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