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2. 7. 11:02ㆍThought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밤새 내린 눈으로 눈 앞에 하얀누리가 펼쳐졌다. 그러나 감흥도 잠시, "출근길이 험난하겠군"하는 생각이 들더라.
출근하여 눈코뜰새 없이 오늘이 제출기일인 인커밍 번역을 줄창 하다가 메일 체크를 하는데, 삼성SDI의 송영우 책임님으로부터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송영우 책임님. 늘 인자한 미소를 띠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공손한 자세를 유지하시는 멋진 분이다. 이 분을 보면 예전 학창시절 꿈꾸던 자족하는 멋진 연구원상(像)이 떠오른다. 이 분과는 참 인연이 깊은데, 변리사로서 작성한 첫 명세서의 주발명자가 이분이시기도 했다.
몇달 전부터 이분과 코웤(?)을 하는 건이 있는데, 그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메일의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다.
"눈이 많이 왔습니다. 용인의 산들이 아름답군요. 안전운행 하시고 평안하십시요"
세상에, 난 이렇게 멋진 함박눈이 밤새 내려 이토록 멋진 세상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지금까지 눈덮인 아름다운 산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었다. 이 사실을 불현듯 깨닫고 사무실 창가로 달려가봤지만, 사방의 어느 창문으로도 보이는 것은 회색빛 건물들뿐, 눈덮인 아름다운 산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불과 몇년전인 학생 시절, 물리를 공부하면서 즐거워 하고 대학 캠퍼스의 인적이 드문 새벽길과 밤길을 걸으며 풀내음과 나무내음을 맡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행복해 했었는데.. 어느덧 나는 변하여 나무 한그루 찾아보기 힘든 도시의 아파트만을 내가 소유하고 누릴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읽었던 똘스또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불현듯 생각났다.
눈덮인 산, 눈덮인 언덕을 한없이 바라보고 싶어, 김신형님의 블로그에서 저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Thou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28 Mar 2006] 태훈이형 (0) | 2006.03.29 |
---|---|
[13 Feb 2006] 사랑 (0) | 2006.02.13 |
[26 Jan 2006] [퍼온글] 할머니 죄송해요... (0) | 2006.01.26 |
[4 Jan 2006] 가족 (0) | 2006.01.04 |
[20 Dec 2005] 추진력과 독선 (0) | 2005.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