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Nov 2005] 감성적 애국주의.

최근 황모교수의 매매 난자 사용여부에 대한 PD수첩의 방송 후, MBC와 PD수첩이 뭇매를 맞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결과만을 중요시하고 과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 모습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뭐, 그리 훌륭한 업적인지는 내 분야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황모교수 및 그 coworker들의 개인적인 괜찮은 테크닉 - 손재주 - 일런지는 모르겠으나 훌륭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뭐 Science지에 실렸으니 결과는 좋은 연구였겠지. 그런데 결과가 좋아 유명세를 타면, 그 과정에 있었던 잘못된 폐단들은 다 덮어도 되는 것인가? 그 폐단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사람들, 원치 않은 일을 해야만 했던 사람들의 권익은 어쩌라는 것이지?


최근 황교수와 PD수첩을 둘러싼 여론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결과만을 생각하고 그 과정 상의 오점은 덮어버리려 하는 우리 사회의 행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경제성장이라는 결과물만을 생각하여, 수많은 반민주주의적 행위를 한 박정희에 대한 막연하고도 맹목적인 향수에 젖어 그를 추앙하기만 하고 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을 덜떨어지고 뭘 모르는 XX로 취급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가 되고 소수자들의 권익이 보장되며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 지금 당장은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구석에 있는 하나하나의 폐단들을 고쳐나가는 사람들, 이들을 비난하며 눈앞의 이익만을, 성과만을 당장 내 놓으라고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 우리의 World best 기업인 자랑스러운(!) 삼성을 위해, 그들의 편법 증여와 불법적인 순환출자를 옹호하는 무리들..


일본에 의한 국권강탈과 이를 회복하기 위한 수많은 독립운동, 625 이후 극도로 황폐화된 나라를 재건하기 위한 몸부림.. 이러한 절박한 상황들을 너무 많이 겪어, 우리는 지금 감성적 애국주의에 너무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아.. 그나저나 일해야 되는데.. 일하기에 앞서 웹서핑을 하다 몇몇 기사를 접하고는, 특히 태극기 옆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미소를 짓고 있는 황교수의 사진을 보고서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포스팅을 했다.


음.. 그러보니 나도 너무 감성적이야..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