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Aug 2010] 에스컬레이터 한줄타기?

2010. 8. 8. 18:47Thought

사진 출처는 이곳.



친구가 에스컬레이터 한줄타기 관련 내용을 블로깅했다. 사실 포스트의 요지가 에스컬레이터 한줄타기는 아니고, 일 예를 든 것일 뿐이다.


난 우리나라에서의 에스컬레이터 한줄타기는 잘못된 방향으로 정착되었고, 나아가 이제는 유명무실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살짝 그런 취지를 그 친구 포스트에 달았는데, 그 친구가 나와 다른 의견을 다시 제시했다. 그 친구 말도 맞긴 한데 나와는 생각이 좀 달라서, 그곳에다가 덧글을 달까 하다가 그 포스트의 요지가 이것도 아닌데 괜한 짓(그 포스팅 주제를 혼란스럽게 하는 짓(?))을 하는 것 같아 내 블로그에 포스팅.


최초 우리나라에서의 에스컬레이터 한줄타기 캠페인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몇몇 시민단체에 의해 이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급한 사람들"을 위해 좌측을 비워두고 우측에 타자라는 취지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좌측을 비워두고 우측에 타는 현상으로 귀결되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좌측을 비워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내 친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걸어갈지 서서갈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로 이해할 수 있지 않냐고 하는데, 그 말 자체는 맞는 것 같다.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 하지만 바로 옆에 계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은 현상을 보면,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그러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한줄타기 캠페인의 최초 취지는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좌측을 비워두는 것이 아니라 "급한 사람들"을 위해 좌측을 비워두는 것이었지 않나. 물론 최초 취지가 반드시 옳은 것일 수만은 아니기에 중간의 의미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지만,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좌측을 비워두는 건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간다. 큰 경제적 효과를 내지 못하는 현상을 위해 "두 줄로 서서 가고 싶은 권리"를 빼앗인 것 같아서. 특히나 일행이 있을 때 나란히 서서 손을 잡거나 이야기를 하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싶은 욕망을 단지 걸어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일방적으로 양보해야만 하는 상황이 이해가 안간다.


더구나 "(대부분)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정작 바쁜 사람들은 빨리 걸어가거나 뛰어가지도 못한다.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좌측을 비워두자"보다는 "안전(?)을 위해 두줄로 서서 타자" 또는 "정말 급한 사람들을 위해 좌측을 비워두자"가 더 효과적인 것 아닐까.


12년 전, 빠리의 지하철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좌측은 아예 비워두고 우측에만 타더라. 에스컬레이터 타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길게 줄을 서 있으면서도, 정말 바쁜 사람들을 위해 좌측을 비워두는 것. 이게 제대로 된 것 아닌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몇년 전부터 "에스컬레이터 두줄 타기 캠페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 지하철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캠페인 주체는 지하철공사 등이다. 1년 전인가, 지하철에서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타는 곳에도 "두줄 타기 캠페인" 포스터가 있었다. 당연히 난 좌측에 서서 가고 있는데, 내 뒤에 선 묘령의 이쁘장한 아가씨가 나를 향해, 좌측에 타서 서서 있다고 교양이 있느니 없느니 대놓고 무시했다. 아주 화딱지가 나서 저 포스터가 안보이냐고, 그리고 한줄타기의 제대로 된 의미가 뭔지나 아냐고 한 마디 해주려다 참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에 의해 캠페인 취지가 변질되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사례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