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2018. 4. 20. 16:09Daily Life




예전에는 사무실에서 해외로 레터가 나갈 때마다 직접 서명해야 했다. 난 파란잉크를 넣은 만년필로 서명했는데, 이게 꽤나 즐거웠다. 그런데 이제는 전자서명으로 대체되어 그런 즐거움이 없어졌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만년필을 사용하는 횟수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오늘 오전에 미국 특허출원 사건을 처리했는데, restriction requirement 건이었다. 한정요구라 함은, "대충" 설명하자면 "별개의 건으로 각각 출원했어야 하는데 한 건으로 출원했으니 어느 하나만 선택해라, 그러면 그것만 심사해주겠다"는 거다. 심사관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닌데, 가끔은 한정요구를 남발(?)하는 심사관도 만난다. 오늘 오전에 처리한 건도 도면별로 8개의 species로 구분해버리고 어느 하나만 선택하라는 요구였다. 심지어 species별로 자기가 붙인 설명과 자기가 지정한 도면이 연관이 없기도 하고, 오류도 많고.. 이런건 client에게 보고하기도 복잡하고 아무튼 꽤나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나름 진정하고자(?) 오랜만에 만년필에 잉크를 넣어 species별로 청구항들을 정리해보려 했는데.. 만년필에 잉크를 넣을 때 남아 있는 잉크가 많지 않아 병을 기울여야 했다. 이 병에 담긴 잉크도 다 써가는 구나 싶으니, 내 몸에 담긴 잉크(?)는 얼마나 남았으려나 하는 생각이 잠시.


날씨가 좋으니 별 생각이 다 드는구나.




PS. 워 사진의 잉크는 워터맨 플로리다 블루. 그런데 워터맨의 블루 잉크 이름이 2013~2014년 즈음에 Waterman Florida blue에서 Waterman Serenity Blue로 바뀌었다. 저 병잉크를 다 사용하면 이제 세레니티 블루를 사용하게 되겠지. 마치 "현재"가 "추억"으로 바뀌는 시점인 듯 해서, 웬지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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