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Apr 2006] 1박3일의 일본여행 - 첫째날. 아키하바라. (3/6)

2006. 4. 16. 08:29Tokyo, Hakone 2006

점식식사 후, 야마노테선을 타고 아키하바라로 이동하려 했다. 그러나 신주쿠역에서 야마노테선을 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략 5개의 지하철 노선과 몇개의 국철 환승역이었기 때문이다. 물어봐도 일본인들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더 많았다. 아마도 신주쿠역 근방에 있던 많은 일본인들도 그 근방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신주쿠로 놀러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명동에 놀러갔을 때 인근 지리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제대로 대답을 못해주는 것처럼.



아무튼, 간신히 물어물어 야마노테선을 타서 아키하바라역으로 출발.





아키하바라역에서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찍은 사진. 지하철 지붕이 보인다.

아키하바라는 우리나라의 용산과 같은 곳으로, 각종 전자제품을 파는 상점들이 밀집해 있었다. 위 사진은 "요도바시"라는 상호의 건물로  우리나라 용산의 전자랜드 비슷한 건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위 건물은 아키하바라역의 전통적인 "電子街"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반대편에 위치한 새로 생긴 건물이다. 따라서 우리는 "처음에는" 저 건물로 가지 않았다.. 큰 건물이어서 가격이 비쌀 것 같기도 해서.. 아키하바라에 간 이유는 와이프가 사용할 카메라와 캠코더를 살까 해서였다.

 

 


아키하바라역에서 "電子街" 이정표를 따라 나오자마자 만난 maid cafe 직원.

얼마전 TV에서 "아키하바라에 made cafe라는 것이 생겼는데, 그곳 직원들은 모두 여직원으로 중세 유럽의 하녀 복장을 하고 서빙을 한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했었다. 아키하바라역에서 내리자마자 홍보하는 이들을 볼 수 있더만. 자신의 사진이 들어 있는 명함까지 나눠주더라. ㅡㅡ;

아, 저 뒤의 태극기는, 아키하바라에 걸려 있던 만국기 중 일부다.

 

 


아키하바라의 전자가.

아키하바라의 전자가에는 위와 같은 현란한 네온사인이 다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이 쭈욱 있다. 그러나 그 전자가는 생각만큼 크지는 않았다. 아키하바라역 인근이 다다. 그러나 우리나라 용산 전자상가의 건물들보다는 다 고층(?)건물들이긴 하더라.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여행에 앞서 우리나라의 가격비교 사이트인 enuri.com과 같은 성격의 일본 가격비교 사이트인 kakaku.com에서 살 제품의 최저가격을 알아 갔는데, 문제는 아키하바라에서의 가격이 최저가격보다 훨 비쌌다. 뭐 우리나라에서도 전자상가에서 파는 가격이 온라인 최저가보다는 비싸기 때문에 어느정도 비쌀 것은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가격차가 많이 나더만.

 

조사해간 Canon ixus 70의 우리나라에서 내수품 최저가격은 330,000원~340,000원 정도였고 일본 최저가격은 30,000엔(255,000원) 정도였는데, 아키하바라의 가격표는 대략 38,000엔(323,000원). "이거 우리나라에서 내수품 최저가격으로 사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잖아~" 하면서 싼 가게가 있나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았으나.. 다리만 아파올 따름이었다.

 

한참동안 시간을 소비하다가, 역에서 봤던 요도바시 건물에만 마지막으로 들러보기로 와이프랑 결정했다. 그러나, 거기서도 역시 가격은 다른 곳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이기에 일본인 점원이랑 담판을 지어보기로 했다.

 

나   : 아저씨, 여기 뭐이리 비싸요?

점원: (당황하여) 에이 여기 싼거예요.

나   : 어 이상하다, 제가 조사해온 가격은 여기보다 훨씬 더 싼데.

점원: 예? 어디서 그렇게 판다고 그래요?

나   : kakacu.com에서 조사해 봤어요. 물론 거기 최저가로 살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차이가 너무 나는데?

점원: 얼마라고 알고 오셨는데요?

나   : 음.. 3만엔 정도요.

점원: 에에? 그 가격에는 말도 안되요.

나   : 에이, 그래도 8천엔이나 차이가 나는 것도 말도 안되지요.

점원: 흠.. 그러면 3만 6천엔에 드릴께요.

나   : 에이, 너무 비싸요. 그런데 악세사리는요?

점원: 카메라 가방하고 카메라 끈은 별도예요.

나   : 어우, 너무 비싸다. 악세서리까지 포함해서 3만5천엔이면 살께요. (가방이 3천엔이었다.. ㅡㅡ;)

점원: 에이, 안되요, 손님.

나   : 그 가격이 아니면 안사요. 그 가격으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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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왈가왈부 했는데, 자기네는 포인트제도가 있어서 20% 포인트를 적립해주니 그걸로 다른 것도 사라 어쩌고 하길래 난 외국인이라서 앞으로 여기서 또 물건 살일 없으니 포인트 무용지물이다, 포인트 20%니깐 나한테 그냥 15%정도 더 싸게 파는셈 치면 니네가 더 이익 아니냐하고 한참동안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3만5천엔(297,000원)에 가방까지 다 샀다.. ㅋㅋ 우리나라에서의 최저가에서도 가방 등의 악세서리는 별매이니, 악세서리 다 포함해서 대략 5만원 정도 저렴하게 산 것 같다. 아, 나 일본어 조금 된다.. ^^v

 

캠코더는 소니 DCR-SR 100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드30GB가 내장된 최신형이었다. 우리나라 최저가격은 123만원 정도였고, 우리나라에서의 내수제품 최저가격은 112만원 정도, kakaku.com에서의 최저가격은 95,000엔(80만원). 그러나 이 제품은 싸게팔려고 하지 않더라..

이 제품을 파는 다른 가게에서 무지하게 긴 시간동안 흥정을 했는데, 가방까지 다 포함해서 11만엔(935,000원)에 팔라고 계속 우겼더니 111,800엔에는 팔겠다고까지 흥정이 됐다. 우리나라에서의 내수품보다는 20만원 정도, 정품보다는 30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

그런데.. 생각보다 캠코더가 다른 제품보다 크기도 했고.. 무엇보다 전자제품의 가격하락은 상당히 심한데, 당분간은 캠코더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며 지금 사지 말고 다음에 일본 들릴 때 사자는 와이프의 강력한 주장도 있고 해서.. 그냥 안사기로 했다. 아, 그동안 흥정하느라 입 무지하게 아팠는데.. ㅡㅡ;

참고로, 일본에서는 캠코더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 그냥 "비디오 카메라" 또는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이렇게 말하더라.

 

그렇게 아키하바라에서 1시간 40분여 시간을 소비한 후, 우리는 오다이바로 행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