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Jun 2005] 획일성.

2005. 6. 30. 19:29Thought

2박3일간의 예비군 동원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다행이도(!) 가운데 날 폭우가 쏟아져서 좀 수월했다. 요즘같지 않게 날이 선선하기도 했고. 하지만 첫째날과 마지막날이었던 오늘은 해가 쨍쨍. 샤워시설이 없는(!) 동원훈련장은 그야말로 X같았다. 3일동안 땀에 절어 살았더니 이건 뭐.. 더욱이 세면대의 물은 '콸콸'이 아닌 '찔찔찔'이어서 머리감기도 정말 힘들었고. 집에 오니 살 것 같다.

첫날 사격을 했는데, 이래뵈도 난 1999년 12월 논산 훈련소에서 100m, 200m 및 250m 기록사격 20발 중 18발을 명중시킨 당시 중대 최고의 저격수 출신이다. 이번에는 25m 사격표지에 9발을 쐈는데, 이런, 확인해보니 두발밖에 안맞았네. ㅡㅡ;

그런데 자세히 확인해보니, 두 발의 총알이 뚫고 지나간 구멍이 다른 사람들의 총알이 뚫고 지나간 구멍보다 훨씬 컸다. 결론은, 각각 세발의 총알이 서로 근접하고 통과하여 총 두 개의 구멍을 만들었던 것. 사격표지에는 두 개의 목표물이 있었는데, 세발은 좌측의 목표물을, 나머지 여섯발은 우측의 목표물을 조준하여 사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 발은 좌측의 목표물을 겨냥하여 사격하였을 시 하나의 구멍을 만들었고, 나머지 세 발은 우측의 목표물을 겨냥하여 사격하였을 시 다른 하나의 구멍을 만들었던 것. 그나저나 나머지 세발은 어디로 갔나. 아, 박기원, 왕년의 사격술 다 어디갔냐.

이번 훈련기간 동안 짬이 나는대로 책을 읽었는데, 먼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읽었고, 그 후 '다빈치 코드'를 한 1/3 정도 읽었다.

'칭찬은...'은 뭐 읽고 나면 당연한 얘기들만 써 있구나 싶은데, 실생활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또 과연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행동하면 그러한 효과가 발생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랬다.

'다빈치 코드'는 성관이형이 말한 대로 역시 재미있었다. 이 책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 책인데, 첫번째로 정말 오랜만에 읽는 '소설'이라는 것, 두번째로 내가 처음 제대로 읽어보는 영어로 씌여진 소설이라는 것.

1998년 유학을 위해 GRE 준비를 했을 때, 단어를 좀 암기한 후 영자 신문을 사전을 찾아보지도 않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 기뻤다기보다는 얼마나 편하던지. 그런데 그 후 군복무하고 변리사시험준비를 하느라고 몇년에 걸쳐 단어들을 완전히 다 잊어버렸다. 물론 '다빈치 코드'를 읽으면서 무수히 많은 모르는 단어들이 나오고, 또 그 모르는 단어들 중 상당수는 '아, 예전에 GRE 준비할 때 봤던 것 같은데' 싶은 단어들도 있었는데, 각설하고 그래도 사전 없이도 책을 '읽을 수는' 있었다.

아무튼, 글의 제목은 '획일성'인데, 글을 쓰다보니 뭘 쓰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