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Sep 2004] 가을. (부제: 근거없는 행정수도이전 반대정쟁)

2004. 9. 27. 16:45Thought

양평의 별장(?)에 다녀왔다. 가을이 왔나보다. 탐스런 밤송이가 여기 저기 떨어져있었다. 맑은 하늘과 푸른 숲에서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가슴 속 깊이 넣으며, 잠시 세상 돌아가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웃기지도 않는 현 상황을 잊어버리려 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반논쟁이 여기저기서 들끓고 있다. 혹자는,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이렇게 많은데 이전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몽준과는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같은 웃기는 짓들을 하더니, 지금은 왜 여론조사를 통해 이전여부를 결정하지 않느냐, 등등의 말같지도 않은 말들을 한다.

민주주의의 최대의 맹점은 바로 중우정치(衆愚政治)이다. 그 나라와 그 사회의 민의를 반영한다는 점을 그 타당성의 기반으로 삼지만, 그 기반이 잘못되었을 때 나타나는 중우정치.

사회가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오피니언 리더들이 필요하다. 지금 당면한 문제점들이 무엇이고 그것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오피니언 리더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토인비가 말한, 그 사회를, 그 나라를,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소수의 창조자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제 기능을 다 하는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참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오피니언 리더들이 없다. 지난날 행정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주장하던 조중동 언론들은, 현 정부가 자신들과 반대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 지난날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수도 이전을 추진했던 독재자 박정희와 그 패거리들의 후계자들도 마찬가지이고.

국민의 대다수가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다고? 그 반대하는 국민들에게 물어보라, 왜 반대하느냐고.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는가? 아무런 이유없이, 감정적으로, 추상적인 대답만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가? 바로 제대로 되지 않은 오피니언 리더들, 자칭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라고 주장하는 사이비 오피니언 리더들인 조중동 등의 언론 등에 의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가지게 된 것.

제대로 된 오피니언 리더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상태에서 중우정치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고, 그런 상황 하에서 국민들의 의사에 따른 진정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는 것이다. 국민에게 제대로 된 이유를 알리지도 않고서 반대여론만을 조성한 후 '왜 여론조사 등을 통한 결정을 거부하느냐'고 하는 것은, 콩심은데 팥나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가을이다. 결실을 맺어 그 결실을 드러낸 저 밤송이들처럼,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결실을 맺어 그 결실을 드러내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