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급식의 추억

2014. 5. 28. 11:54Thought




공감가는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나선 사람의 자질이 이것밖에 안되나 싶어서.


1980년대 중반, 1~3학년은 오전수업 후 귀가하고, 4~6학년은 학교에서 점심식사 후 오후수업까지 한 후 귀가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급식시설이 있어서 점심식사를 학교 급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그게 공짜가 아니었다. 한 끼에 300원이었나 500원이었나.. 그 즈음 짜장면 1그릇에 500원이었으니 500원보다 싸지 않았을까.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무튼 매달 다음 달 급식신청을 하고 비용을 납부해야 했다. 물론 급식신청을 안하고 도시락을 싸오는 것도 가능했다.

당시 급식비용이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하는 시간과 비용보다 저렴했기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급식을 신청했다(음.. 그럼 한 끼에 500원까지 하지 않았겠다). 급식을 신청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정말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 그래서 도시락을 싸온 친구들은 도시락 반찬을 몸으로 가리며 먹기도..

가끔 여유가 있는 집의 아이들도 급식신청을 하지 않고 도시락을 싸오기도 했다. 실수로 급식신청을 못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급식보다 더 질이 좋은 반찬을 준비해주고픈 부모의 마음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끔 있었다. 그런데 웃긴 건, 이유를 불문하고 (질이 좋든 나쁘든) 도시락을 싸온 친구들은 몸으로 도시락을 가리고 주위를 힐끔힐끔 보면서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리고 질 좋은 도시락을 싸 왔던 여유가 있는 집의 아이들도 다음 달이면 반드시 급식신청을 해서 급식을 먹었다.

몇년 전, 아이들 사이에 분 노스페이스 패딩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어른들은 그게 뭐냐고 비난(?)을 해 댔지만, 난 아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게 아이들이다. 함께 있는 친구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같은 것을 먹고, 같은 것을 입고, 같은 놀이를 하고..

요즘 아이들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친구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많을 테고, 특히나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을텐데,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기는 커녕 현재 운영되고 있는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폐지 내지는 축소하겠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친구들은 급식을 먹는 동안 자신의 도시락을 몸으로 가리면서 먹는 기억을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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