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11. 08:41ㆍThought
지난 7월8일 토요일, 과천서울대공원 입구에서의 철우형과 예향이(미래).
지난 토요일, 상록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과천서울대공원에 갔다. 5~7살의 아이들과 함께 대공원이나 놀이동산 등에 가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
각설하고..
서울대공원 입구, 정확히는 코끼리 열차를 타기 위한 건물 앞 근처에 있는 분수대에 이르러 재영이형이 사진을 찍자고 해, D100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나도 오늘 사진을 많이 찍고 또 예쁜 아이들 사진도 찍어줄 심산으로 더운 여름날 카메라가방까지 들고 갔었던 것.
그런데.. 아이들이 사진찍기를 좋아하지 않더라. 나와 함께 있던 정희는 사진을 찍어주려고 하니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고, 급기야 삐져버리기까지.
왜 그런 것일까..
상록보육원은 서울에 위치해서인지 자원봉사자도 많고 후원도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자원봉사자들도 많은 듯 하고..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다들 사진을 찍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났다. 실제로 보육원 곳곳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과 함께하며 찍은 사진들이 있고.. 또한 보육원에 있는 사진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진들을 그 자원봉사자들이 갖고 있을 테고.. 물론 의식적으로는 아이들이 귀엽기에 그랬을 것이겠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이 자원봉사를 한다는 또는 했다는 "증거물"을 남기기 위한, 결국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 또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했다는, 자원봉사를 했다는 생색을 내기 위한 증거물로서 사진을 남겨 나의 자기만족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과 함께 한 즐거운 기억과 추억을 가슴 깊은 곳에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한 장의 사진 속에 담으려 든 것이 아닌가, 아이들을 피사체로만 여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마음 속 내 자신에게 부끄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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