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Sep 2001] 젊은 날의 꿈.. '엘가(Elgar)'의 '사랑의 인사'와 바이얼린.

2004. 6. 4. 13:00Art

이 곡은 CF에도 많이 삽이된 곡이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모든 사람에게 친밀하고 아름다운 곡. 언제부터 이 곡을 내가 알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94년의 어느날이다. 바로 '정경화'의 '콘아모레(Con Amore)'라는 소품집을 통해서였다.

시험이 끝난 어느날, 집 근처의 음반점에서 두리번 거리다가 그 음반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 음반을 살 때는 '엘가(E. Elgar)'의 '사랑의 인사(Salute de Amore)'라는 곡때문은 아니었고, 유명한 한국인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Edward Elgar

그 음반의 첫번째 곡이 바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였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어느 봄날, 정말 가슴설레는 사랑에 빠져 행복한 꿈을 꾸고 난 다음날의 상쾌한 아침햇살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난, 그 곡을 듣고서 꼭 바이얼린을 배우리라 결심했고, 그 결심은 대학 2학년 여름인 96년 7월에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10만원짜리 바이얼린을 처음 왼쪽 목에 댄 날, 얼마나 행복했던지. 난 그때부터 97년 3월까지 약 9개월간 바이얼린을 배웠고, 스즈키 4권 초입부인 '바흐(J.S. Bach)'의 '두대의 바이얼린을 위한 협주곡(Concerto for two violins)'의 first violin을 배우다가 잠정적으로 중단하게 되었다. 유학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결국은 4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다시 배우지 못하고 있다. 참 아쉬운 일이다.

대학 2,3학년 때 난 전설적인 바이얼린 연주자 '야사 하이페츠(Jascha Heifetz)'에 푹 빠져 있었다. 그래서 유명한 바이얼린 협주곡들 -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부르흐 등 - 을 그의 연주로 가지고 있었는데, RCA Red Seal serise로 발매된 그 음반 재킷에 하이페츠의 왼손가락 사진이 있었다, 네 손가락 끝이 모두 납작해져 있는. 그 사진을 보고 내 손가락도 그렇게 만들기 위해 매일, 하루에도 몇시간이고 바이얼린 연습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약간 납작해진 내 왼손가락을 '음향학' 수업시간에 대학 과 친구인 '석'이에게 자랑하기도 했었다.
Heifetz의 왼손. 음반 재킷에 있는 사진은 더 멋짐.

이 곡을 들을 때면, 바이얼린을 처음 배우던, 열정적이면서도 순수했던, 그리고 참 행복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노오란, 약간은 초록빛 푸른색이 섞여 있는 상쾌한 봄날의 아침햇살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