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Aug 2005] Chaconne.
2005. 8. 3. 22:17ㆍArt
비가 내리던 오늘 오후, 우연히 모 사이트에서 이 음악을 듣게 된 후 계속 들었다. 언제 들어도 멋진 곡.
(인내심을 가지고 귀를 귀울여야 간신히 들리는) 들릴듯 말듯한 저음의 오르간으로 시작하여 곧바로 이어지는 바이얼린 특유의 파열음과 파찰음의 선율이 빚어내는 애절함.. 그리고 바이얼린 소리와 대비되면서도 미묘하게 어울리는 오르간만의 깊고 풍부한 통주저음에 의한 비장감.. 가슴 속 깊이 감춰두었던 애절한 감정의 폭발..
위 사진의 음반은 97년 가을 경 구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통속적인 부제가 붙어 유명해진 덕에 베스트 셀러(?)에 오르기도 했지. 하지만 그런 부제가 붙어도 손색없을 만큼 선율이 아름답고, 더욱이 my favorate violinist인 하이페츠의 연주는 더더욱 훌륭하다. 작곡자가 비탈리가 아니라는 설도 있지만, 그런 것을 떠나 진정 애절함을 느끼게 하는 멋진 음악.
사라장(Sarah Chang, 장영주)의 바이얼린 연주도 들어봤는데, 반주가 오르간이 아니라 피아노. 피아노 소리를 무척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 음악은 오르간이 제 맛이다. 특히 이 음악의 "절정"은 연주 막판의 바이브레이션에 이어 활을 길게 그으며 힘있게 마무리 한 후에 이어지는 연주 후의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장영주의 끝내기는 조금 힘이 부족하여 그 상대적인 "정적"을 느끼기 힘들다. 만일 이 곡의 연주를 실황으로 듣는다면, 난 연주가 끝난 직후 박수를 치지 않고 땀이 벤 주먹을 꼬옥 쥔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 "정적"을 마음껏 느껴보고 싶다..
좌측은 Henryk Szerying의 음반, 우측은 Gidon Kremer의 음반.
샤콘느 하면 또 떠오르는 것이 Bach의 작품번호 1004 파르티타 2번 5악장의 샤콘느. 이 역시 당김음과 더블 스토핑에 의한 환상의 바이얼린 소리를 들려준다. 하지만 비탈리의 샤콘느가 격정적인 감정의 폭발이라고 한다면 바흐의 샤콘느는 고독과 격정적인 감정의 이성적인 제어와 승화라고나 할까.. 하지만 두 곡 모두 감정의 정화(expurgation)를 겪게 한다는 점에서는..
바흐의 샤콘느를 처음 접한 것이 라디오에서의 기돈 크레머의 연주였는데, 홀딱 반해서 바로 저 사진 속의 기돈 크레머의 음반을 95년경 구했었다. 한동안 크레머의 음반만 듣다가 바흐의 샤콘느 연주의 최고봉이라고 일컬어지는 저 사진 속의 헨릭 셰링의 음반을 97년경 간신히 손에 넣을 수 있었다(한동안 품절이었다). 하지만 크레머의 연주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내게 셰링의 연주는 너무 느끼하고 끈적끈적해서 별로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에는 크레머의 연주가 너무 건조하게 느껴지고 어느샌가 셰링의 연주가 나의 favorate이 되었지..
비탈리와 바흐의 샤콘느를 들으며, 창 밖의 빗방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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