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Aug 2008] 율곡 이이의 동호문답(東湖問答)과 2MB

2008. 8. 14. 10:53Thought

2MB가 하는 일을 볼때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2MB가 대통령이 된 이 상황 자체가 안타까운 것이 첫 번째요, 그래도 2MB 자기 딴에는 열심히 해 보겠다고 하는데 능력이 모자라서 그런가 싶어 안타까운 것이 두 번째였다. 이 안타까움은 결국 2MB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를 2MB 스스로 알면서도 그러는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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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이이의 동호문답(東湖問答)의 신도(臣道, 신하로써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항목에서 이이는 다음과 같이 논한다.


관직에 나아가 겸선(兼善)을 하는 자에 그 품류(品類)가 세 부류가 있습니다.

첫째, 도덕을 몸에 지녀 자기를 미루어 남에게 미치게 함으로써 자기 임금으로 하여금 요(堯)·순(舜)과 같은 임금이 되게 하고, 자기 백성으로 하여금 요·순 시대의 백성과 같이 되게 하려고 하여, 임금을 섬기는 데나 자기의 몸을 가지는 데나 한결같이 정도(正道)로만 하는 사람은 대신(大臣)이요,

둘째, 오로지 나라만을 근심하고 자신은 돌아보지 않으며 꼭 임금만 높일 수 있고 백성만 보호할 수 있다면 쉽고 어렵고를 가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 행하여 비록 정도에는 다소간의 넘나듦이 있지만 시종(始終)사직(社稷)을 편안케 함을 뜻하는 이는 충신(忠臣)이요,

세째, 그 지위에 있을 때에는 그 직분을 지킬 것을 생각하고, 임무(任務)를 받았을 때에는 그 능력을 발휘하기를 생각하여 기국(器局)이 비록 나라를 경영(經營)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재간(才幹)이 한 관직을 감당할 만한 사람은 간신(幹臣: 기둥이 되는 신하)입니다.

대신(大臣)이 임금을 잘 만나면 3대(三代)의 정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요, 충신이 국정을 맡으면 위태롭거나 망하는 화가 없을 것이지만, 저 간신(幹臣)은 한 부서의 유사(有司)로는 쓸 수 있지만 대임(大任)을 맡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2MB가 요순시대와 같은 태평성대를 이룰 것이라고는 당연히 생각조차 못했고, 그의 지난 시절 선거법 위반, 증인 도피 등의 행적을 보면 그가 대신(大臣)이나 충신(忠臣)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생각했으나, 그나마 능력은 부족하지만 재간(才幹)은 좀 있어 간신(幹臣)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 5년간 어찌어찌 간신히 현상유지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안타까움은, 간신(幹臣)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상황에서 나오는 안타까움과, 2MB는 간신(幹臣) 정도 밖에 안되는 능력으로 딴에는 좌충우돌 하면서 열심히 하는 것이려니 하는 막연한 믿음에서 나오는 안타까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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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또 美 쇠고기 관련 돌출발언 파문
"쇠고기 시위대도 미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먹던 사람들..수입되면 美 쇠고기 먹을 것"



어제 접한 기사다. 위 말이 불과 2달 전인 지난 6월 대국민사과 당시 '자신보다도 자녀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2MB는 진짜 모르는 것이다, 촛불시위가 왜 일어났는가를. 촛불시위는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다. 국민과의 소통의 문제가 더 중요한 논제였던 것이다.

이쯤 되면 모든 것이 명백해진다. 2MB는 간신(幹臣)에 이르지도 못한다. 무지한 간신()일 뿐이다. 무지할 뿐만 아니라 간사(詐: 교활하게 거짓으로 남의 비위를 맞춤)한 술책을 써서 당시 상황을 모면하려 할 뿐, 진정성이 전혀 없는.

이제 첫 번째 안타까움만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