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부사수로서의 자세

2018. 6. 29. 10:38Thought

 14년 전 변리사 일을 시작했을 때, 난 너무나 운이 좋게도 정말 훌륭한 사수인 차변리사님을 만났다. 어떤 사수를 만날 것인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특히나 난 차변리사님의 첫 번째 부사수였기에, 더 많은 관심과 케어를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마음 깊이 감사할 뿐이고 차변리사님은 여전히 존경하는 변리사님이다.



그렇게 일을 배우면서 변리사 일을 시작한지 1년여 후, 난 차변리사님이 아닌 양변리사님에게 내가 작성한 서류를 몇달 동안 검수받을 기회가 생겼다. 사실 1년여의 시간이 흐르면 검수받기 싫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난 너무나도 좋았다. 1년 동안 나름 만들어온 내 논리가 있었고 양변리사님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권위주의적이지 않았기에, 우리는 난상토론(이라고 말하고 말싸움?)을 벌이곤 했다. 그리고 이는 내가 더 훌륭한(?) 변리사가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그렇게 2년여 동안 국내 특허사건과 해외 outgoing 특허사건을 다루면서 배우고 익힐 기회가 많았는데, 3년차가 되었을 무렵 사내에서 incoming 특허사건도 담당하게 되었다. 해외 outgoing 특허사건이라 함은 우리나라 출원인이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출원한 특허사건을 말하고, incoming 특허사건이란 해외기업이 우리나라에 출원한 특허사건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outgoing 사건과 incoming 사건은 처리방식도 상이한 면이 있고 보고대상도 다르다. 그래서 난 다시 incoming 사건에 대해 검수를 받게 되었다.


그때 내 incoming 사건 사수셨던 박상태 부장님께서 검수에 앞서 첫 미팅에서 했던 말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고 고마웠다. "박변리사도 몇년 동안 업무를 해 왔기 때문에 자신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졌을 것이고, 사람마다 스타일은 다 다르기 마련입니다. 앞으로 내가 검수를 하면서 박변리사 생각과 일부 다른 의견을 피력할 수밖에 없을테니,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고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 주기 바랍니다. 자신의 의견과 내 의견을 비교하고 생각해서, 최종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을 취하면 될테니까요".


이렇게 시작된 incoming 사건을 3년 정도 담당하면서, 난 정말 많은 성취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결국 난 outgoing 사건과 incoming 사건을 모두 어느 정도 충분히 다뤄본 흔치 않은 변리사가 되었으니. 사실 outgoing 사건과 incoming 사건 각각을 모두 몇년 이상 다뤄본 입장에서, 난 후배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모두 다루어보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아무튼 시간이 지나 내게도 부사수가 생기거나 조언을 해줄 후배 변리사가 있을 때면, 난 항상 박부장님께서 했던 말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난 국내 중소기업의 미국/유럽에서의 해외분쟁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때 우리 사무실에는 미국 심사관 출신 US patent agent인 Jason Pahng이 있었는데, 그와 같이 일을 하면서 분쟁 대상인 미국 특허권자와 미팅도 하고, (US family만 50여개나 되는) 미국 특허들을 분석도 하고 이들에 대한 legal opinion을 작성하기도 하는 등, 정말 재미있게 일했다.


이렇게 돌이켜보면 차변리사님, 양변리사님, 박상태 부장님, 그리고 Jason, 이들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이렇게 훌륭한 이들을 계속해서 수년동안 만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느끼는 것이, 언제나 배움에는 목말라해야 한다는 것. 이는 물론 변리사일을 시작한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훌륭한 모델을 찾아 경청하고 배우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아래 Woo Sung Jeong 변리사님의 글을 읽고 갑작스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주저리주저리 써 봤다.



Woo Sung Jeong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들이키며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수준이 있다. 수준의 높고 낮음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모든 베테랑도 햇병아리 시절을 거쳤다. 스스로 향상심을 갖고 고쳐 나가면 수준 자체는 일시적이다. 낮은 수준으로 일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게 습관이 됐을 때의 일인데 그 무렵이 되면 자기가 낮은 수준으로 일하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 무엇보다 더 잘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낮은 수준은 요령을 낳고 요령은 영리함으로 포장돼서 그게 그 사람의 실력을 결정해버린다. 실력이 낮은 사람이 '사수'가 되면 '부사수'도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조직의 수준을 떨어트린다.

일이라는 것은 대체로 어떤 이의 희망과 관련되므로, 결국 낮은 수준으로 일하면 그건 누군가의 희망을 해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무슨 일을 하든지 초년에는 더 높은 수준으로 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함부로 만족하지 말고 모범을 계속 찾고 경청하며 배우고 익히기 위해 힘써야 한다.

탁월한 실력자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역시나 하며 감탄한다. 형편없는 실력을 지녔으면서도 성공하는 사람을 목격하면 괜히 분한 마음이 든다. 그 사람이 얼마나 세상을 우습게 볼 것이며, 그들의 실력을 알아채지 못한 사람은 얼마나 하찮은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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