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April 2007] 목련..
2007. 4. 18. 20:05ㆍThought
벚꽃 사진들 틈에 묻혀 넘기기에는 너무 마음에 드는 사진이어서 별도로 포스팅.
목련 하면 떠오르는 내 인생의 첫 번째 기억은, 1983년 8살 봄..
그해 봄 독산동에서 시흥동으로 이사했는데, 새로 이사한 3층 새집 마당 구석에 3층 집 높이만한 목련나무가 있었다. 아무런 과실을 낳지 못하는 목련나무는, 본래 있던 햇볕 잘 드는 자리를, 역시 3층 집만 했던 감나무, 그보단 작았던 대추나무, 모과나무, 그리고 장미나무에 양보하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던 것. 사실은 양보가 아니라 밀린 것이지.. ㅡㅡ;
그해 봄, 목련나무는 하이얀 목련꽃들을 하나가득 피어낸 후, 가을에 고사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사에 있어서 아무런 과실을 낳지 못한다면 그 목련나무처럼 구석에서 쓸쓸히 사라지게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 의식적으로 그와 같이 생각은 못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그와 같이 생각했던 것일까.. 아무튼 난 뭐든지 열심히 했고 그 결과 항상 (통상적인) 양지에만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엄지손가락 한마디도 채 못되는 크기의 작은 꽃만을 피우는 감나무, 모과나무, 그 보다 더 작은 크기의 꽃만을 피우는 대추나무에 비해, 그 목련나무는 그 크고 멋진 새하얀 꽃으로 봄이 왔음을 사방에 알렸던 것 아닌가..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눈부시고 눈에 띄는 과실이건, 은은하고 잔잔한 향기이건, 누구나 다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장점은 다른 사람의 다른 장점과 비교하여 우열을 논할 필요도 없고 논할 수 조차조 없는 것..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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