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Mar 2002] Immortal Beloved, 불멸의 연인.

2004. 6. 16. 15:44Art


언젠가 집에서 비디오로 봤던 영화다. 베토벤의 생애를 그린 영화. 물론 허구인 것도 많았지만 참으로 마음에 들었던.. 베토벤이 20여년 전에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그제서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조안나의 모습에 가슴아프기도 했고.. 그 장면에서 흘러나오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2악장은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곡이 되버리기도 했다.


베토벤은 그가 사랑하는 여인인 조안나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나곤 했다. 두사람은 어느날 어느 호텔(여관? ^^)에서 만나기로 했고, 조안나는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으나 베토벤은 폭풍우로 인해 마차가 고장나서 늦게 되어 편지(전보)를 먼저 보낸다. 하지만 여관 주인이 테이블 위에 둔 그 편지를 조안나는 보지 못하고, 베토벤과 조안나는 잠시의 어긋남으로 말미암아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서로에 대한 오해가 되어 평생토록 외면하며 살게 된다, 자신들의 진정한 마음을 가슴 깊이 숨겨둔 채.. 베토벤이 폭풍우 속에서 써서 보냈던 그 편지를 20여년이 흐른 후 베토벤이 죽은 후에야 조안나는 눈물을 흘리며 읽게 되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베토벤이 줄리아의 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다. 귀가 들리지 않아 피아노건반위에 자신의 귀를 대고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을 연주하는 모습은 음악으로서의 월광에 그 이상의 아름다운 인상을 주었다.


베토벤이 그렇게 피아노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 한사람만을 옆에 두고 피아노를 쳐줘야지 하는 결심을 했다. 그러면서 연습했던 곡이 바로 지금 흘러나오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 다른 좋은 곡들도 많지만 실력이 되지 않아서.. ^^

왜 베토벤과 조안나는 그토록 애닳프게 서로를 그리워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야만 했을까. 그 조그마한 오해가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었을까. 진정 사랑한다면 그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텐데.. 앞으로의 시간을 서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것인데..

3년여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다가 요즈음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서 짤막짤막하게 치는 것으로 그치지만. 베토벤이 피아노 건반 위에 귀를 대고 연주하듯이, 눈을 지긋이 감고 조용히 연주해본다.. 내 피아노 소리를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