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Oct 2001] Claude Debussy, Clare de Lune.

2004. 6. 7. 17:51Art

오늘 물리학과 95학번 게시판에 가보니, 과친구 성우가 올린 글 중에 이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참 옛생각 많이나게 하는 곡.

얼마전 차에 비스듬히 기대어 밤하늘을 바라봤는데, 그 깊은 빛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없었다. 노을은 다 사라지고 완전히 컴컴해지기 바로 직전의 그 밤하늘. 얼핏보면 검은색인것 같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그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그윽하고 깊은 푸른빛,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자니 그 속으로 빠져들 것만같아 머리가 아찔해오는..

고개를돌려 서쪽하늘을 바라보니 crescent moon이 걸려있었다. 그래서 그토록 수많은 별빛들이 부서지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그 깊고 푸르른 밤하늘 사이에서.

Scene in Venice, Painted circa 1895-96; Pastel; 46 x 107 cm

Clare de Lune, 달빛, 월광... 하지만 초승달빛을 피해 부서지던 그 수많은 별빛을 바라봤을 때 이 곡이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오히려 달빛보다도 깊고 푸른 그 밤하늘에 점점이 펼쳐져있던 그 별빛에 어울린다고 느껴서였을까.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화려함이 아니라 마음의 감동을 주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옆으로 눈을 돌린다, 좀더 낮은 눈높이로. 가로등 하나가 외로이 서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기둥에, 백열전구를 감싸고 있는 둥그런 플라스크. 그 옆의 단풍이 한창인 감나무잎에 부딪혀내리는 어스름한 붉은빛이 주위로 따사롭게 내려앉는다. 그 불그스름한 빛이 내게 다가온다. 참 아름답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97년, '성굉모'선생님의 '음향학개론'을 듣기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꼭 음대에 갔어야 했다. 그 강의는, 월요일 제일 마지막 두시간에 있었는데, 겨울이면 어둑어둑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피아노 연습실이 있는 음대건물 현관으로 들어서서 2층에 있는 강의실로 가는 계단 중앙엔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벽전등이 하나 있었다. 그 벽전등은, 정말 아름다웠다, 숨이막힐정도로. 그 벽전등은, 예전엔 플라스크도 있었음직 하지만 언제 깨져버렸는지 검은 철로 만든 자그마한 낡은 받침대에 백열전구만 달랑 놓여있는 그런 전등이었다. 하지만 그 벽전등이 보여주는 약간은 어스름한 노오란 빛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난 그때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구석구석 밝게 비추는 형광등보다 약간의 어두움을 남기는 백열전구의 아름다움을. 혹시나 그 벽전등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이가 그 낡은 벽전등을 떼어내고 형광등으로 바꿔달지는 않았는지 참 걱정이다.

오늘도 깊고 푸른 밤하늘빛과 그속에 점점이 박힌 아름다운 별빛을 바라보면, 또다시 행복해지겠지, 그때의 음대의 벽전등 아래 서있었을 때처럼..


- 저의 음반 -
Werner Haas, Claude Debussy Piano Works 1,2. Philips Duo series.

필립스에서 2장을 1장가격으로파는 duo series 두개(즉 4장의 CD)로 드뷔시의 피아노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1번에 많은 전주곡들, 아라베스크1,2번등이 있고 2번에 이 월광이 있다. 2번음반은 대학4학년때인 98년의 내 생일날 과 친구 하진이가 선물로 준 것. 월광은 베르가마스크모음곡 중 3번째곡으로 관현악 곡으로 편곡되어 연주되기도 한다. 베르가마스크는 4곡으로 되어있는데, 다른 곡인 전주곡, 미뉴에트, 파스피에는 별로이다. ^^

사실 개인적으로 드뷔시의 몽환적인 곡들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아라베스크1번과 베르가마스크의 3번곡인 월광만은 예외적으로(?) 무척 좋아한다. 드뷔시의 몽환적인 음색을 좋아하신다면 이 음반을 사시는것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