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Dec 2004] 뮤지컬 미녀와 야수.

2005. 1. 1. 09:50Art

뮤지컬 미녀와 야수 오리지널 포스터.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포스터보다 이 오리지널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 (F11키를 누르세요)


04년의 마지막날 밤, 뮤지컬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를 봤다. 공연장은 최고의 뮤지컬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LG아트센터. 자리는 3열 15, 16번(R석), 정중앙 앞자리. 음악회의 경우라면 조금 다르지만, 뮤지컬은 정중앙이 좋은 것 같다. 자리도 무대와 가까워 연기자들의 세밀한 표정 변화 하나하나까지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듯. 두달여 전인 10월 하순 간신히 구한 표.

총평은,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다시 보고싶을 정도로. Introduction에서 거지 할머니가 요정으로 변하는 장면부터 정말 멋졌다. 마을에서 Belle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어떻게 저렇게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그대로(!) 재현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물론 애니메이션의 감동 그 이상이었다. 수많은 멋진 배경들의 전환, 특히 야수의 성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그 환상적인 무대 장치. 무대 아래(지하?)에서의 연주자들의 연주도 정말 좋았다.

디즈니사가 만든 뮤지컬답게(?)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음악과 노래, 분장 및 배경과 흡사. 하지만 애니메이션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Beast 역의 현광원, 맑고 푸른 목소리를 가진 Belle 역의 조정은, 군무 속에서 적절히 어필하는 Gaston 역의 이정용, 느끼하고 멋진 목소리와 동작의 Lumiere 역의 성기윤이 특히 멋졌고, Cogsworth 역의 송용태의 목소리(노래 말고)와 연기 및 분장 또한 뛰어났다. 특히 Cogsworth가 '이제 잠잘시간이예요'라고 말하면서 두 팔로 시계바늘을 형상화하여 시간을 알리며 배의 시계추를 흔드는 장면은 정말 재밌었다.

약간 아쉬웠던 것은 Mrs. Potts의 목소리. 물론 문희경은 올해 제 10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 조연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파였지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의 Mrs. Potts의 목소리만큼 따뜻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 애니메이션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Mrs. Potts가 주제곡 Beauty and the beast를 부르는 장면이었기에.

그리고 옥의 티. 마지막에 야수의 장미꽃의 하나 남은 꽃잎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들린 모터음.. 아, 좀 더 좋은 모터를 사용해서 조용히 꽃잎이 떨어지게 하거나 음악을 넣어 그 소리가 안들리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93년,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선 '내 이상형은 Belle'이라고 할 정도로 푹 빠졌었다. 그리고 그 애니메이션 비디오도, orginal sound track도 소장해왔으며, 10여년이 지나 03년 변리사 2차 시험을 본 후 DVD도 소장. 그만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었기에 이번 뮤지컬 공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에 부응하는 멋진 공연이었다.

Gaston과 Silly girls

사실 원작에서는 Gaston에 대해서 악당(!) 이상의 의미를 받지 못했는데, 이번 공연에서의 Gaston은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노래도 멋졌고, 특히 주막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맥주잔을 부딪히며 하는 군무는 원작보다 훨씬 멋진. 끝나고 커튼콜을 할 때,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은 인물이 바로 Gaston이었다. 이정용씨의 Gaston, 정말 애니메이션 속에 있다가 밖으로 걸어나온 것 같은. 정말 '딱'인 캐스팅이었다. 그리고 Silly girls의 가슴 분장(?)도 참 인상적이었다. ^^;;;

Be our guest 노래를 부르는 한 장면

원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환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는 Lumiere가 개시하여 Mrs. Potts 등의 여러 등장인물(?)이 가세하면서 부르는 'Be our guest'라는 노래와 장면. 과연 그 환상적인 장면을 어떻게 뮤지컬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단숨에 깨트렸다. 특히 그 도입부의 Lumiere 역의 성기윤씨의 느끼이한 표정과 목소리는 단연 압권.

애니메이션에서는 Lumiere 보다는 Cogsworth가 더 다정다감하게 느껴졌는데, 물론 이 뮤지컬에서도 Cogsworth는 따뜻하게 느껴졌지만 Lumiere가 정말 멋지고 느끼하게(^^) 잘 표현됐다. Lumiere 역의 성기윤이 잘하기도 했고, 특히 그 역에 정말 적절한 캐스팅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한 후 Gaston 역의 이정용씨가 소개하길, Lumiere 역의 성기윤씨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미녀와 야수의 공연을 마친다고 했다. 내일부터는 다른 분이 Lumiere 역을 한다고. 05년 1월에 시작하는 대구에서의 '맘마미아'공연에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성기윤씨는 올해 초 '맘마미아'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끌던 배우다. 오늘이 마지막 Lumiere 역할이었기에, 그래서 오늘 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했고 그 결과 더 멋지게 느껴졌을런지도.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몇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별 다섯.

1월 23일까지 연장공연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