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Oct 2009] 아빠가 치던 피아노를 치는 재완이

2009. 10. 2. 23:24Jaywan & Jhooha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피아노 치는 재완이..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온 가족이 본가와 처가에 다녀왔다.
남들처럼 몇시간 걸려 귀성을 한 건 아니고,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 ^^;


본가 2층 거실에는.. 내가 초등학교시절부터 치던 피아노가 있다. 바로 저 위 사진의 피아노.
내가 9살, 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84년 봄부터 우리 집에 있었으니.. 저 피아노도 벌써 25년이 넘었네.

재완이는 할아버지댁만 가면.. 피아노를 찾는다.
아빠가 어렸을 때 치던 피아노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




의자 위에 올라가 건반을 누르는 재완이..

내가 재완이를 안고 재완이 양손의 검지손가락을 잡아 젓가락 행진곡을 쳐줬더니..
그 다음부터 저렇게 두 검지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른다. ㅋ




역시 검지손가락으로 검은 건반도 눌러보고~




옷 갈아입고 다시 와서도.. 그리고 그 다음 날인 추석에도 피아노 연주중~
그토록 아끼는 "에디" 인형은 발치에 팽개쳐두고.. ㅋ




피아노를 좀 치다가.. 아빠 손을 붙잡고 피아노로 와서는.. 피아노 쳐 달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피아노를 쳐 주면.. 옆에서 가만 안있고 자기도 따라 친다. ㅎㅎㅎ




아빠가 열손가락으로 "띠리링" 치는 걸 보더니..
자기도 검지손가락이 아닌 열 손가락으로 "뚱땅뚱땅" ^^




피아노에 붙어 있는 스티커 한장..
"International trophy for technology, 1982, West Germany"
그 때는 서독이 유럽/세계 최대 수출국이었던 때였지..




피아노 의자 뚜껑을 열어보니.. 이런 명함이..

생각해 보니 당시에는 명함에 "자택" 전화번호도 넣는게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아버지의 당시 초록빛 명함도 그랬던 것 같다..




명함 뒷면에는 아버지의 이런 글씨가..
종로의 악기점을 방문하여 상담받으시면서 메모하셨던 듯..

이 피아노 모델명이 y-3000이었고.. 1984년도에 135만원을 들여 사 주셨구나..
넉넉치 않던 당시로서는 상당한 거금이었을텐데.. 다시 한 번 감사드리게 된다..




의자 속에는 이런 당시의 옆서까지 있었다.. ^^
맞아.. 당시엔 우편번호 뒤편이 두자리였다.




갑자기 어린 시절의 추억이 쏴 하고 다가왔다.

하늘에 석양이 가득한 오후
서향의 햇빛을 조명 삼아
부엌 옆에 있던 피아노방에서
피아노를 치던 어린 시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