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Jun 2001] 테러리스트와 파렴치한 테러범

2004. 6. 6. 17:42Thought


11일전인 지난 9월 11일, 미국에서 사상 최악의 테러가 일어났다. 정말 그 누구도 시도는 커녕 상상치도 못한 방법의 테러였다, 심지어 영화에서도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생히 녹화된 그 참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테러가 무조건 잘못된 것이고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민족도 테러의 주인공이었던 때가 바로 얼마 전이기 때문이다. 테러의 객체가 아닌 테러의 주체로서의 주인공이었던 때가.

어른과 아이가 소위 맞장뜬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것은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이다. 아이가 어른이 한눈파는 사이에 그 뒤통수를 치는 것은 정당한 공격행위일 뿐이다, 전혀 비겁하지 않은. 애시당초부터 모든 공격방어행위를 군대만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강자의 억지이자 넌센스이다. 그렇지 않다면 안중근, 윤봉길, 김구 등 수많은 우리의 애국지사들은 한순간에 '존경받는 테러리스트'에서 '파렴치한 테러범'으로 전락하게 되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 왜 김구와 라덴이 절대로 같은 인물이 될 수 없는 것인가. 물론 옳고 그름의 가치라는 것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지만, 그시대의 일반적인 통념으로 그 가치의 기준을 정할수 있을 것이다. 이번 테러가 비난받아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있다. 테러행위자체때문이 아니라, 그 방법때문이다. 수천명이라는, 모두 선한 사람들이라고 말할수는 없겠지만 그다지 큰 관계없는 일반인들이 죽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번 테러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고 부시가 표현한 대로 evil인 것이다.

평소에 미국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라덴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그에 대한 website를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그들의 반미감정은 무조건 옳다고 또는 잘못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라덴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미국이라는 나라에대한 감정을 생생하게 실행해줬다는 것만 생각할 뿐, 그 과정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 좀더 숙고해야만 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