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29 Mar 2005] 사람됨.

기원 2005. 3. 29. 19:46
벼는 익을 수록 머리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난, 참으로 오만하다. 상대방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더욱 거만을 떠는 나.

설익은 벼가 익은 벼를 나무라는 것. 코웃음밖에 안나온다.

그런데 난, 설익지도 않은 벼, 아니 벼도 아닌 쭉정이인 주제에.
그동안 삶을 배우고 느꼈다면 얼마나 배우고 느꼈다고 이리 거만을 떨고 있었던 것인지.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책을 보면, 유홍준씨의 아내가 유홍준씨에게 했다는 말이 있다. 유홍준씨가 절의 쇳덩어리 돌덩어리일 뿐인 불상에 머리를 조아리고 절하는 사람들이 우습다는 요지의 말을 하자, 그의 아내가 한 말.

"쇳덩어리 돌덩어리에도 머리를 숙일 줄 아는 겸손함을 배우는 것이예요"

출장다녀온 여독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멋진 포스트를 발견, 읽다가 잊고 지내던 유홍준씨 아내의 현답이 생각났다.

부끄러울 뿐이다.

아래는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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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란 신체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머리를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발의 자리에 두어 스스로 낮추어..

'나'라는생각(我相), 내가 남보다 높다는 생각(人相), 내가 남보다 많이 안다는생각(衆生相)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편입니다.

제사때 제사를 지내고 절을 하는 것 역시
영계에 계시는 조상님을 대접하고 기리는 의미도 있지만

가부장으로서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은 집안에서 머리 숙일 일이 없어 자칫 독선과 교만에 빠질 우려가 있으나

제사를 지냄으로 인해
가장 역시 조상님을 염두에 두게되어 항상 자신을 돌아보게 되며,
나도 언젠가는 죽음(壽者相)을 느낄 수 있게 하여 생활에서의 탐욕과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함입니다.